어떤 곳은 수없이 많이 다녀와도 갈 때 마다 몸서리치게 낯설고 생소할 뿐이다.
불빛들도 낯설고
새벽 공기도 차갑고
바람결도 친근하지 않고.
가진 것이 없어서 였는지 모르겠다.
두고 올 마음이나 한푼어치의 情도 소유하지 않았던 까닭이었을 것이다.
이랬거나 저랬거나 아무렇게나 되던지.
빨리 돌아오고 싶은 마음 뿐이었던 것이다.
어느곳으로 갔었던지 말이다.
꼭 돌아가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데
다시 돌아오고 싶은 마음에
항상 조바심이 드는 이유를 찾을 길이 없었다.
많이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것 같다.
포켓 가득히 뭔가를 넣어 다니는 버릇이 생겼었다.
어디론가 빈번히 옮겨 다니던 시절 부터이다.
나를 옮기고
짐을 옮기고.
가득히 쌓아서 넣었던 것들.
짐꾸러미에 들어간 것들 중 몇몇 것들은 이상하게도
영영 그곳에서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의지나 생각 같은 것은 원래 없는 것들일텐데.
돌연 의지가 짐가방에서 뛰쳐 나가기라도 한 것인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없어져.
나와함께는 다시 그곳에서 돌아오지 않는다.
뛰쳐 나가지 못하도록 주머니에 넣어야 하는 것도 있었다.
욕심이 많아서 그런가?
그런 것이 많았다.
주머니가 항상 무겁고 가득차 있다.
왜 그리도 가득히 넣었던 것일까?
모든 것이 쓸모 있는 것은 아니었는데.
욕심이 많아서 일 것이다.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 했기 때문은 결코 절대로 맹세코 아닐 것이다.
짐꾸러미에 넣지 못하고
주머니에 넣지 못하고
흘리고 온 것은 무엇일까.
아니면 자꾸 도중에 짐 밖으로 뛰쳐 나가 왔던 곳으로 되돌아 가는 것은 어떤 것일까.
가끔은 어디선가 잃어버린 물건들을 기억하는
기억하려고 애쓰는.
상념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할 때도 있다.
그것들은 어디에 있을까.
그것들은 왜 나를 떠났을까.
잡생각들.
…
그런것들은 다 쓸데 없는 생각이라고 머리를 흔들어 보기도 하지만.
…
나는 그것들을 헨젤과 그레텔의 빵조각 처럼
돌아오는 길을 찾기 위해
먹어야 할 것을 먹지 않고 오는 길에 뿌려둔 것인지도 모르겠다.
…
돌아가지 못할것을 걱정해서 짐을 잘 꾸리고
포켓 가득히 필요한 것들을 넣어야 했겠지만.
원래
원래 그런 것이다.
그런 넣고 꾸리고 하는 것들
그런것들은 원래 싸구려 인 것이다.
굳이 꾸리지 않아도 잃어버려도 괜찮은 것들이었던 것이다.
사실은
짐꾸러미에 넣지 못한 것은
떠나고 싶지 않았던 내 마음인 것이다.
그러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은
나의 의지가 아니었으므로.
그렇게 변명하고 싶었으므로.
그래서 채우려던 것을 못채웠기 때문에
다른 것들로 대신 채우고
가는 길에 조금씩 흘려두고
두고 온 내 생각들을 다시 찾으러
기어코 돌아가려고
핑계거리를
만들어 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