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o


화창한 여름날
아니면 늦봄
계절은 확실치 않지만
맑은 날이었던 것은 틀림없다.
정오의 태양이 머리 바로 위에 떠 있었고
그 주변에 광대한 빛띠가 둘러쳐진 것을 볼 수 있었는데
그것을 햇무리라고 한다.

그때는 그런 자연현상쯤 흔히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무심결에 지나쳤었다.
후에 몇 번의 햇무리를 본적이 있지만
그때처럼 한눈에 다 들어오지도 않는 크고 광대한 것은 본적이 없다.
요즘은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별로 하지 않는다.
재수였을 것이다.
뭔가 첫눈에 보아도 제대로 된 것이구나
하고 느낄 만큼 강렬함이 느껴지는 것들을 보게 되는 것은.

엄청난 재수일 것이다.
그런 것을 살아가는 동안 한 번이라도 보고
기억속에 간직하는 것은.

그런것이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것도 아니고
하늘이 내게 주는 무슨 무슨 계시의 뜻도 아닐 것이지만
그냥,
보고 느끼고
좋다고 생각하고 멋지다고 생각하고 아름답다는 생각하고

태어나길 잘했어
라는 생각을 가끔씩 상기시켜주는
그런 것들은
그냥 느끼고 간직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태어나지 못한 사람에게는 자랑하고 싶은 것들

유치하지만.
나중에 죽은 뒤에 꼭 그들에게 자랑할 것이다.

Author: deja-moon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