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rl with pearl eyes

이 그림은 배경도 없고
소녀는 모나리자처럼 눈썹이 없다.

느끼지 못하게 해놓았지만 부조화스러운 것이 많은 그림이다.

이 그림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소녀의 눈동자!
돌려진 고개의 교묘한 각도!
입술!
사라진 배경!
그리고 그림자속의 진주귀걸이!

소녀는 매우 작위적인 설정을 작위적이지 않은 듯 서있다.
아니!
앉아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그림은 일곱개의 기본색으로 되어 있다.
파랑, 노랑, 빨랑, 갈색, 살구색, 흰색 그리고 검정색이다.
마치 아동학습용 크레파스의 빈약한 구성물처럼.

색의 궁핍함은 소녀가 입고 있는 옷의 궁핍함과 별반 다르지 않은듯하다.
하지만
물감에 섞을 오일이 떨어져 대신 빛을 섞은 것이 아닐까 생각되는
빛의 낭비에는 궁핍함이 보이지 않는다.
빛은 매우 저렴하다.

빨간 입술연지 곱게 바르고
두개의 진주같은 눈동자를 가진 이 소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진주귀걸이가 필요한 이유는.

그림속의 진주귀걸이를 가려 보면 알 수 있다.

모호한 표정속에 가진 작은 우울함의 향기를 숨기기 위한 것이다.

묻고 있다.

언제쯤 이 그림은 다 그려지는 것인가요?
팔리긴 하는 것인가요?
이 그림은 진주귀걸이를 팔기 위한 것인가요?
나를 위한 것인가요?
아니면 당신을 위한 것인가요?
나를 보고 있나요?
아니면 진주귀걸이를 보고 있나요?

이 그림의 제목은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이다.
진주눈동자의 소녀는 아니다.

그런데도
늘 이 그림을 볼 때면
가장 진주처럼 생각되는 것은
귀에 걸린 구슬이 아닌
소녀의 눈동자이다.

소녀의 눈동자안에
그녀를 바라 보는 내가 비치고 있다.

예술이란..
이런 것이 예술인 것이다.

Author: deja-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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