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이라고 하면 늘 연상되는 것이
뜨거운 불길.
끝없이 고통받는 헐벗은 죄진자들.
그런것을 연상하는 것이
선정적인 이미지로 감정을 자극해
선도하려고 하는 계몽의 노력 탓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천국과 지옥
잘 모르겠다.
나는 그것과 관련있는 신앙을 가지고 있지 않고.
선택받는 것
선택하는 것
선택되는 것
선택되려 하는 것
선택되려 하는 척
그런 것
…에는 큰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
…
죄악을 많이 범하게 되면
죽은 뒤 지옥에서 고통을 받게 된다!
글쎄.
그런 공갈 보다는 (나는 신앙이 없으므로 그렇게 표현 하겠다)
어린 시절 그 보다 훨씬 더 무섭게
내게 다가왔던 말을 나는 더 무섭게 기억하고 있다.
“그런 것이 정녕 있는가?”
그런…
다소 터무니 없을 만큼 공허하고 광오하게 다가왔지만.
그런 말들과 철학들은
깊숙이 마음속에 박혀들어왔다.
천국은 커녕
지옥이라도 존재하지 않아서 가지 못하는.
얼마나 무던히도 성의없게 살면
지옥조차 가지 못하게 되는 것일까?
천국과 지옥도 믿는 자에게만 있는 것이고.
나같은 이에게는 선택권도 없는 것인가보다.
악해서 고통 받는 것
그것 보다도 더
그러니까 그럴 가치 조차 없어
소멸하는.
그런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죽어서 지옥에 가는 것도 쪼끔 무섭고
기억을 지우고 윤회하게 되는 것도 꽤 무섭지만.
완전 소멸이란 더욱 무섭다.
자체의 공포는 극한이 아니라 무한만큼이다.
그렇다고
마구잡이로 살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죽어서 천국 보다는 살아서의 부귀를 위해
다소는 매정하고 dirty하게 살아 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항상 기억하고 있는 것은
정말 나에게 소멸의 시기가 왔을 때
나는 내가 살아온 것을 정말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없을까?
있을까?
…
우주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상실과 소멸이다.
우주밖에서는?
모르겠다.
이젠 아무것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