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ife and not friend

Y의 이야기를 하려 한다.

Y는 나와 같은 중학교를 2년동한 같은 학급에서 지냈다.
다른 동급생 녀석들과 마찬가지로 Y도 그저 우연 또는 작은 인연으로 알게된 사이일 뿐이다.
우연히 운동장에서 친해진 같은 반 급우였고
그와의 인연은 그렇게 평범했다.
그래서 그런지 지극히 평범하고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친구였다.

그래…

친구였다.

Y와 나는 몇년 뒤 다시 한 번 그저 우연 또는 작은 플러스알파의 인연으로
같은 고교에 진학하게 되었다.
지극히 평범하고 크게 다를 것이 없을 친구였다.
그래…

친구였다.

그때까지는.

남자아이의 고교 생활이라는 것이 그리 여유롭지는 않다.
바쁘지 않으면서도 바쁜것 투성이에
공부할 시간도 모자라면서 놀 시간도 모자란 것
해야할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하기 싫은 것도 많고 하지 말아야 할 것도 많다.
그런 것이다.
그래도 그맘때는 나이든 이들보다는 세월이 느리게 간다.

고교의 그렇기 긴듯 짧은 듯한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와 나는 소원했다.
자주 볼 기회가 없었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이 지난 뒤 Y를 다시 보게 되었을 때
나는 그가 매우 불량한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을 보게 되었다.

Y의
얼굴이
눈빛이
행동이
옷차림이
말투가
모두 달라져 있었다.

늘 충혈된 눈동자와 본드라도 흡입했는지 늘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색과
또래의 불량한 아이들을 때리고 부리며
다른 아이들의 삥을 뜯는 그런 아이가 되어 있었다.

그토록 짧은 시간에 왜 그가 그렇게 바뀌었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그는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인사라도 하려 다가서면 마치 피하듯이 나를 외면하고 사라졌다.
다행인 것은 그가 나를 때리거나 삥을 뜯지는 않은 것이다.

Y는
나를 모르는 상태였다.
원래 그랬던 것 처럼.

그래서 물어보지 않았다.
이유를.
Y는 그것을 원치 않는다는 무언의 대답을 나에게 한 것이었다.

Y는 고교 3년을 그렇게 마치 불량한 길로 가기로 마음먹은듯이
항상 그리 지냈다.

나는 그가 좋지 않는 길로 접어든 것에 지독히도 관심이 없었다.
사실 측은지심도 가지지 않는다.
내가 Y와 더 친하게 지내서 그런길로 가지 못하게 했어야 했다는
죄책감, 책임감, 의무감 그런것도 없다.
나에게는 그런 것을 인지하고 생각할 만큼 성숙하지도 않았다.

그는 언젠가 더 나쁜 행동을 하다가 죄의 대가를 받을 것이다.
그는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며 사는 나쁜 그룹의 일원이었고
그것은 Y가 짊어질 죄의 대가로 그저 아주 일부일 뿐이다.
그리고 그는 지금 그가 더 저질렀을 죄의 대가를 지불하고 있거나
아직도 저지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것을 예상하게 하는 사건으로
Y의 패거리 중 하나가 칼로 내 급우의 옆구리를 찌른적이 있었다.

그때의 불량한 아이들은 늘 아슬아슬하게 그런 폭력집단의 흉내를 낸다.
스프링장치가 있는 칼을 주머니에 가지고 다니며 위협을 하거나
화를 내며 누군가를 곧 잘 찌른다.
그래서 칼로 누군가를 찌른다는 것은 충격이 아니었지만
Y의 패거리였다는 것이 나에게는 충격이었고
어떤 형태로는 Y가 개입되었을 가능성에 나는
그 맘때 Y가 마음에 걸려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가 비록 제법 친한 친구였음도 불구하고.
지금은 그의 변화에 대한 죄책감이 전혀 없다.
내 탓이 아니다.
아닐 것이다.
단지 조금이라도 나의 탓이 그것에 섞여 있지 않을 것이다.

다만 가끔 Y를 생각할 때마다 무척 궁금한 것은
왜 그가 그렇게 짧은 시간안에 순식간에 변했는가이다.
그토록 짧은 시간에 완전히 다른 인격으로 변화했음은
스스로가 그것을 빠르게 선택했음을 뜻하는 것이다.
그것을 선택하고 싶어질 어떤 계기가 있었다 해도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원하지 않으면
되지 않았을 만큼의 짧은 시간이었다.

전에 내가 했던 이야기속에서
나의 친구였던 K가 뜻하지 않은 사고로 그의 계절의 색을 바꾼것과는 달리
나는 그에게 일어난 어떤 사고나 계기도 전혀 알지 못한다.

숱하게 많은 친구였다가 그러지 않은 사이로 되어 버린
몇몇의 지난 인연들 중
그의 생각을 아직 내가 지우지 않고 가끔 하는 것은
그것때문이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되었을까?
어째서 그렇게 되었을까?
그리고
아직도 그 선택을 바꾸지 않고 계속 그렇게 살아가고 있을까이다.

아마도 그렇겠지만.

Author: deja-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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