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발.
밑창이 떨어져 버렸던 적이 있다.
너무 오래 신은 탓이다.
1년? 2년?
잘 모르겠다.
그보다도 오래 되었을 것이다.
본드로 붙였다.
절약이 몸에 베인 때문이 아니라
가난하기 때문이었다.
눈물을 흘리지도 못했다.
마음을 다잡고 강하게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너무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겁에 질렸기 때문이다.
그대로 가난함으로 남는 것에 대한 것 말이다.
더 걷기 힘들어 졌으니
더 벗어나기 힘들어 질테고
그냥 분리되어버린 밑창처럼
내마음이
그러니까 조금은 희망스러운 것이라는 것들이
그대로 순식간에
내마음속에서 분리되어 나가버렸다.
그랬었다.
언제나 뜻하지도 않은 것들이
내가 그토록 꺼내기 싫었던 것들을
부지불식간에 꺼내 버린다.
이젠 신발을 오래 신지 않는다.
헤어져 버려 떨어질 만큼 신지 않는 것은
내가 더 이상 가난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여전히 무서워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