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짐이 두려운 것은.
다시 올라갈 수 없다는 것을 걱정하는
두려움에 대한 그 자체의 고통때문
이라기 보다는
올라오는 동안에 느꼈던 고통과 아픔을
다시 생각하기 때문이고
다시금
그러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다.
결국은 같은 말 같은 의미일 수 있겠지만.
미지의 두려움과 기억의 두려움은 다른 것이니까.
어쨌든
그렇지 않다고 해두자
누구나 그렇겠지만
또한 떨어지는 것이 두렵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언제나 나는
On your mark.
를 조그맣게 외치며
언제나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기 때문에
떨어지는 것
그것이 절대적 두려움은 되지 못한다.
잎이 지면 고엽이 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지만
고엽처럼 되는 것이 싫은 이유는
그것이 시작이 아님을 우리는 누구보다 한 눈에 알기 때문이고
그대로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고.
이것이야 말로 새로운 것의 시작이 되는 밑거름.
또다른 시작을 위한 끝맺음.
그런
희망적인 생각을 자꾸 불어 넣어도
잊혀진다는 것
없어진다는 것
자꾸 생각나게 만들고
그것들은 다시 시작한다 해도.
그대로 이전의 것과 함께 소멸되어야할 것들이고.
그리고 그런것들이
그대로 온전히 나에게는 고통이기 때문이다.
설령 다시 시작할 수 있다해도
그것은 완전한 원래 그대로의 시작은 아니고
항상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을 한다고 하지만
항상 새로운 것이 아니며.
내가 그것을 느끼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어거지로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돌아간다 해도
다시 시작한다 해도
돌아간 나는 예전 그때의 나는 아니다.
다시 시작하는 나는 온전히 새로운 내가 아니다.
그래서
영원히 가을이 지나가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항상 갖는다.
그래도 겨울이 와버린다면
그 겨울이라도 결코 지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항상
갖는다.
더 이상
새로운 시작을 다시 하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