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are friends

캘빈의 블로그에 다녀왔다.
간 김에 들고 온 사진 한장.
뭐 허락은 안 받았지만.
친구니까.
술 한잔 사주면 된다.
친구니까.

어릴적에는 누구나 많은 친구들이 있을 것이다.
이름도 생각 안나는 뒷골목의 골목대장부터
같이 뛰놀다 다치고 넘어지고 싸우던 찔찔이들 까지.
뭐 좋다.
추억이란 검색엔진의 성인 필터링 처럼.
안 좋은 것은 가능하면 다 걷어 내고 남은, 양질의 컨텐츠이니까.

보통 친구를 잃는 것은, 혹은 잃어 버리는 대상이 된 다는 것은,
잃는 다기 보다는 만나지 못함으로 인해 잊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지금까지 만나지 못한 옛 친구들은 아마도 죽을 때까지도
만날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그것이 잃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진짜 친구를 잃는 다는 것은
잊는 것이 아닌, 또는 잊혀지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의지에 의한 절차가 아닌.
왜 친구였던 우리가 친구가 아니게 되었을까를
자꾸 되뇌이게 만드는 그것이다.
싸움도, 다툼도, 미움도 아니고.
서로가 다른 길을 가버리고
그 길에서의 스스로의 정체성 때문에
서로의 존재감을 억지로 의식하지 않는.
그냥 어느날 친구이지 않게 되어 버린.
친구가 아니어야 하는.
그 상황속에 서로 각자 있는것 뿐이다.
그래도 그들이 나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냥 기억속에서만의 그 어떤이가 되면
그때는 친구가 아니다.

죽기전에 내 파노라마에 그들이 생각날지 모르겠다.
기억속에만 있는 그들이 생각날지 모르겠다.
혹은 그들의 파노라마에 결정적 장면으로 내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기억속에만 있는 나를 그들이 끄집어 내서 형상화할지도 모르겠다.


친구였었는데.

그렇게만 말이다.

사진 때문이라면
술 한잔 사주면 된다.
캘빈은 아직 친구니까.

그러나 그들은 술 한잔 사주어도 다시 친구가 되지 않는다.
어디선가 칼이 박힌 가슴을 움켜잡고 절규하며 죽었을지.
아니면 곧 그렇게 될지 모르겠지만.
“니가 가라! 하와이”

대사를 멋지게 읊어대는
영화속에 나오는 친구들이 가버렸던 그 세계로 따라가 버려서
더 이상 술한잔 사주어도.
도로 친구가 되지 않는다.
내가 하와이를 가도 안된다.
Author: deja-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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