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나를 울게 하였다.
분명 얼어붙은 손은 맨손이었다.
그런데다 겨울이었고.
더구나 매우 추운 겨울이었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뿜어나오는 기운만으로 한여름에도 영하의 온도로 추울 것 같은
차가운 잿빛의 먼지투성이 구역이었다.
환경적으로도.
물질적으로도.
그들은 얼어붙은 물수건을 맨손에 쥔채
누군가 불을 쬐며 따뜻하게 머물고 있을
건물 외벽과 내벽과 계단의 손잡이와 바닥을
열심히 닦고 있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들은 아직 어린 아이들이었다.
남루했다.
겨울을 지내기에는 너무 얇아 보이는 옷을 입고 있었고.
그래서. 추워보였고.
그러나. 착해 보였고.
하지만. 부지런했고.
그 오누이는 자라서 좋은 어른이 될 수도 있을 것처럼 보였다.
너무도 심하게 추웠었다.
환경적으로도.
내 마음도.
그 겨울을 그냥 온전히 지내기에는 내 마음이 너무 얇아졌었고.
그래서 난로앞에 앉아서 불을 쬐면서도 마음은 바깥부터 추위가 몰려와 벌벌 떨고 있었고.
나는 지금 괜찮은 어른인가를 고민하게 만들었었다.
오누이의 할머니는 악해보이지는 않았지만 착해보이지도 않았다.
억척스러운.
고상함이 몸에 배어 기품이 있어 보일만한 삶은
전혀 겪은 듯 보이지 않았다.
여유있는 삶은 스쳐보지도 못 한 듯.
그저 고통스럽게 묵묵 세월을 살아 온 것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그녀 또한 남루했고 추워보였고 역시 매우 가난해 보였다.
당연히, 그들은 가족이었으므로
그래서 똑같이 가난한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런 종류의 없어도 되는 인과관계는 매정하게도 잘 들어 맞는 것이
불쾌함을 몰고 왔었다.
그 겨울.
주어진 일이 아닌 일을 마치고 계단에 걸터 앉아 떨고 있는
그 작은 오누이가.
밤이 늦어 동이 틀때까지
나를 진정 심하게 울렸다.
암울했다. 진정 그들은 모를지라도. 매우.
물질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내게는 그렇게 보였다 그들의 미래가.
그들에게 희망이란 무엇이었을까?
그런것이 있었을까?
그때는 웃고 있었고
그래도 밝아 보였다.
그래서 그렇게 생각한다.
분명 있었을 것이고
만약 없다면
주어져야 한다고.
하지만
원래 있었던 주어지던
희망과 행운은 절친한 친구사이가 결코 아니기 때문에
그들에게 그것이 먼 미래에라도 와줄지는 알 수 없다.
그래.
그런것쯤
그것이 진실이라고 해도.
그런것쯤 이미 모두다 알고 있다고 해도.
아랑곳하지 않는 듯.
아니면 정말 어딘가 무언가 간절하게 바라보는 것이 있었는지
아니면 아직은 어려서
그런것쯤은 앞으로의 많이 남은 미래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짧은 휴식 후에 또다시 오누이는
그들의 할머니를 불러
아직 많이 남은 일거리를 나누어 해결한다.
그래도 웃으며 말하는
그 아이들의 얼어붙은 빨간 얼굴이.
그 겨울에.
나를 정말 심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작은 방에서
밤새 목놓아 엉엉 울게 만든
이유가 되었다.
그들만큼은 아니었겠지만.
궁핍했기에.
그랬었기에.
그래서 우는 것 외에는 할 수 있었던 것이 없었다.
그리고 작은 과자봉지들과.
비록 그들이
울어주는 것.
작은 동정 같은 것.
원하지 않았다 해도.
그들의 모습이 내 모습처럼 생각되어.
나를 너무 흉한 모습으로
울게 하였던 것이다.
그들에게 잘못한 것이 아무것도 없음에도.
나는 무엇인가 큰 죄를 진 것 처럼.
지금도 겨울이면.
늘 그 생각이 나를 가끔 울게한다.
내가 우는 대신.
그들에게 나의 행운을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었으면 좋을 것이다.
희망과 행운은 절친한 친구가 아니지만.
가끔은 행운은 희망이 누구를 지켜보는지.
누구와 함께 있는지
궁금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가끔 들려주어도 괜찮을 것이다.
그래주면 좋았을 것이다.
오누이는
어른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잘못한 것이 아무것도 없음에도.
나는 그들로 부터 그때
내가 내 스스로에게 잘못한 것을 보았다.
내가 필요없어 버린 것을 그들은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었다.
오누이는
행운을 만났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