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에서 생각 나는 것은 ‘달걀’뿐.
..은 아닐 것이다.
빠르게 지나가는 차창밖의 풍경들이
순간순간 다른 생각들을 하게 만들고.
상상이란 그렇게
빠르게 변해가는 창의 풍경처럼
종착역까지 끊임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변하고 커져 간다.
상상이란 뭔가 현실을 도피하게 만들어주는 돌파구이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기차에서 뭔가를 사먹거나 한 기억이 없다.
스스로 훈련된 것은 아니고.
먹는 것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학습받아 온 까닭이다.
그것은 다소 가난한 우리에게는 저것은 다소 또는 지나치게 비싼 것이라는
반복된 학습의 효과인 것이다.
그래서 아직도 내게는 그것은 비싼것이다.
물질적인 기준에서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종착역까지의 잦은 멈춤을 갖는 완행여차의 기차역들에서
상상의 스틸샷 속에 또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나를 보기도 한다.
지나치게
비싼것들이 아예 필요하지 않은.
그런것들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제법 긴 멈춤속에서
제법 긴 스틸컷들의 정지시간
그곳에서의 나는
또 다른 나의 삶을 살고 있다.
역을 지날 때마다
삶의 진행을 이어간다.
그곳에서의 생활이 20년째 멈춰 있을 것이긴 하지만.
검은 터널속의 덜컹 거리는 소음과 함께
그곳에서의 삶을 두고와 버렸어도.
그 곳에서의 나는 행복하기를 바란다.
다시 내가 그곳을 지나가지 않더라도.
계속 그 삶을 이어가길 바란다.
다만
가끔 내가 그들을 생각하는 것을
알아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