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명문대학교를 졸업했다.
하지만 그는 다른 동문들에 비해서 많이 출세하지는 못했다.
그가 출세를 하지 못한 것은 그의 성격탓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게 완벽에 가까운 요령을 피우려던 까닭이었다.
그곳 출신들이 늘 그렇듯이 아닌척 하지만 그의 엘리트의식은 매우 단단했고 집요했다.
사람의 출신학교에 따라 그 사람의 능력을 가늠짓고 판단하고 꼬리표를 붙였다.
다만 명문대의 출신은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존경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식한 것 때문이었는지 그 스스로 편견을 교묘하게 감추고 자신의 매너를 우아하게 보이도록 하는데 많은 노력을 들였다.
그는 그런 것에 대한 심한 편집증이 있는 것처럼 공정한 듯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같은 대학교나 동급의 좋은 대학교를 나온 사람에게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간접기회를 교묘하게 많이 부여하였고 그들이 성공할 수 있게 이끌어 주었다.
그리고 그것이 좋은 결과를 가졌든 그렇지 않았든 아랫사람들을 잘 배려하는 것과 같은 행동을 취하며 그들 성과를 치하했다. 그리고 마치 누가 되었든 똑같이 했을 것 같은 그런 행동과 말로 스스로를 겸손하고 좋은 사람으로 간접 포장했다.
자신의 편견을 교묘하게 가리는 것을 잘 하는 편이었다.
내가 편견이라고 말하는 것이 편견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 자세히 살펴보면 그가 그들의 후예에게 준 기회들이 사실은 결코 공정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돌이켜 보면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숨겨진 심성을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은
그가 술을 마시고 취기가 돌면
마음에 있는 얘기를 하서 감추지 못하고 들켜버리는 까닭이다.
그래서 그의 그런 모습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그가 매우 훌륭하고 인품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런말을 들으면 나도 역시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여 주며 겉으로 호응을 하지만
늘 속으로는 구역질을 한다.
물론 이것은 그의 위선 못지 않은 나의 심한 위선이다.
그런 위선이 구역질 나긴 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는 그런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나를 비롯해 모두가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그에 대해 가지는 생각은 불쾌감과 의문이다.
다른 이들의 선입견과 편견에 불쾌감보다 그의 그런 것이 더 불쾌한 이유는
그가 그것을 가리고 감추려고 했다는 것 때문이다.
떳떳하거나 당당하지 못했거나 스스로의 생각에 부끄러운 점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것을 스스로 감춰가면서 자기가 생각하는 편견의 잣대를 잘 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던 모양이다.
자신의 아집과 편견이 다른이에게 좋지 않게 보일지 모르지만 자신은 그것을 따른다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 것일까?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보여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는 것인가?
그것이 사실은 현실이고 잘 알려진 쉬운 방법이기 때문에?
물론 그런 편견의 잣대를 공개적으로 대놓고 저지르는 다른 그의 동문들에 비해서 더 낫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의 행동이 더 심하게 불쾌하다.
그는 아직도 그것을 하고 있다.
바꾸지 못할 것이다.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 자격이 나에게는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다른이들에게 말해도 그들은 나를 믿지 않기 때문에 나는 그의 요령이 잘 먹혀들었고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를 볼 때마다 느끼는 지독하게 심한 불쾌감은 떨쳐버릴 수가 없다.
나의 피해의식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없이 돌이켜 생각해 봐도 그의 못된 행동에서
좋은 구석을 찾을 길이
단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