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가고 있다.
사각 거리는 나뭇잎 사이로 노란 수은등 불빛이 아름답다.
이 맘때는 언제나 아름답다.
바람 소리는 다시 만나 정겹지만 여전히 차갑다.
겨울은 그렇게 또 오는 것이다.
잠들어 있었다.
이틀을 꼬박.
잠자는 것은 버려지는 시간이라고 그러더라.
그래도 남은 시간을 살아 있기 위해서는
나에게는 꼭 필요한 시간이고.
그것도 이젠 점점 길어져 간다.
죽어 가는 것일까?
조금은 천천히 이길 바란다.
눈이 점점 침침해 지고 있다.
이젠 또렷하게 바라 볼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깨끗했던 어린 시절의 풍경이 그립다.
수은등 불빛은 눈이 아른 거려도 언제나 아름답다.
그래서 고마운 빛이다.
달빛이 구름 언저리에 잠깐 모습을 내밀었다.
별보다 달이 더 좋은 것은
아른 거려도 아름다운 수은등 불빛과 같은
그 느낌 때문이다.
낙엽이 지는 겨울이면
어머니는 내가 아프지 않을까 걱정하신다.
낳아 주셔서 고맙지만.
태어나서 기쁘지는 않다.
죄송할 따름이다.
지는 낙엽에 바람에 흐르는 낙엽에
수은등 불빛이 비친다.
한 번쯤은 더 흐릿하지 않게 봤던 것을 더 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