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책장이 있는 작은 다락방을 갖는 것이
내 작은 소망이었다.
모두 너무 크지 않은 조금 작은 것들만 있는
아늑하고 작은 방
작은 창문으로 사람들이 사는 집들을 조금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길들을 조금
그리고 하늘을 조금.
아니 많이.
아니 너무 많이는 아니게 볼 수 있는
그런 곳. 그런 작은 방.
비 오는 날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바람 부는 날 바람이 창문에 스치는 소리를 들으며
맑은 날 밤에는 달빛이 조금 내려 앉는
밝은 날 햇빛이 조금 쏟아지는
그런 곳
하지만
그런 한푼어치의 작은 공간도
내가 갖기에는 버겁다.
마음먹고 하자면 못할 것도 없겠는데.
그렇게 며칠을 살자고 식구들을 굶게 할 수는 없으니까.
내가 가난을 벗어나는 속도 보다는
내가 바라는 것들의 값이 더 빨리 오르니까.
그리고 내가 늙어가는 것도
그러게 동전을 모아서 산더미로 만들기에는 너무 빠르니까.
나는 그저 작은 창문이라고 시늉만하며 겨우 달린
보잘것 없이 거칠고 남루한 작은 공간의 더러운 구석에서
손을 떨며 겨우 꺼내 문 한모금의 담배에
그런 공간을 갖는 것을 꿈꾸며
여전히 늙어간다.
내 인생의 끝은
결국
뿜어 내는 담배연기 처럼
부질 없이 사라질 것인데
결국에는 아무것도 없을 것인데 말이다.
나는 비오는날 창문에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다 슬며시 잠이들었던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어린시절을 기억한다.
늙은 어느날 그렇게 비오는 날 스르륵 슬며시 죽어가고 싶다.
그렇게 비가 오는 날에
작은 창문밖을 보며
그 다락방을 갖기를 꿈꾸면서라도
스르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