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크리스마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머리맡에 있었던 그 책이다.

“글씨가 많은 책”이었다.

꽤 커서 더 글씨가 많은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그 책을 그렇게 기억했다.

글이 없고 화려한 몇가지 원색의 색채만 가득한 유아용 책을 제외하고는
생애 첫번째 책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었다.

“플랜더스의 개”였다.

흥미있게 읽기 시작해서 바로 크리스마스날 끝까지 있었다.
결말은 끔찍한 비극이었다.
주인공이 함께했던 개와 좋아하는 화가 앞에서 오해를 받은 채 얼어죽는 결말.
내가 루벤스의 그림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이 책 때문이다.
그 충격적인 결말에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 뒤로 몇번의 비극이 결말인 책을 읽기 전까지는 이 책이 가장 비극적인 결말이었다.

내가 이 책을 기억하는 이유가 이것뿐만은 아니다.

부모님이 처음으로 사준 크리스마스 선물이었을 것이다.
그 뒤로 연필깎는 샤퍼를 생일 선물로 받은 것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의 선물은 없었다.

그 책이 행복의 끝자락이었고
사실은 비극의 시작이었다.
책의 주인공과 같은 삶으로 가는.

Author: deja-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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