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물관에 다녀왔다.
나는 그런 것을 “작은 흔적 남기기”라고 부르겠다.
죽었다 살아났기 때문에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흔적남기기를 하는 것이다.
내 가족들에게는 혹시 먼저 갈지도 모를 나에 대한 “기억남기기”를 해주는 것이다.
나에게는 혹시 먼저 갈지도 모를 가족들에 대한 “기억남기기”를 해두는 것이다.
어릴 적 박물관에 대한 기억은 좋지 않다.
어쩔 수 없이 따라간 수학여행에서 기계적인 강제 관람
더럽고 복잡하고 부서지고 조악한 전시품들.
맞지 않은 음식탓으로 인한 끊이지 않는 끔찍한 복통
가난한 자들에게는 그런 수학여행에 당연히 끼워야 하는 박물관 관람도 고통의 하나일 뿐이다.
넉넉치 않은 형편에 그런 돈도 사치지만 그런 것은 꼭 보내줬으면 하는 것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리 좋지 않았던 언제나 나쁜 기억.
예전같지 않고 좋았던 오늘로.
세상은 예전과 달리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했고.
떠밀리듯 끌려가듯 그렇게 어쩔 수 없이 간 것이 아니었으니까.
언제 또 그런 곳에 가볼지 모르니까.
가을바람과 하늘이 너무 좋다.
조금 더.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