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만큼 아픈 것들이 기억난다.
아프기 시작했던 그날도 함께.
그렇게 어느 날
움직여야 하는 것 하나가 제대로 구실을 하지 못하게 되었고
아프지 않아도 되는 죄없는 것 하나가
나로 인해 아프고 잘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기억을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아픔이 올 때마다
새겨주고 새겨주고 또 다시
내게 보복하듯 깊이 새겨준다.
후회하지 않는다.
하나쯤은 움직이지 않아도 괜찮다.
여러개가 움직이지 않아도 좋다.
죽을때까지 아프게 해도 괜찮다.
그 때는 그냥 그러다가 죽어 버렸어도 좋았었을 것이어서.
아픔 쯤은 여러 개 상처로 남겨
몸에 간직해도 좋다.
어차피
두 번은 이리 살지 않을 것이니까.
비가 온다.
날마다 그렇게 비가 오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은 비가 온다.
마음의 상처따위 모르고 관심없다는 듯이
몸의 상처들은 그렇게 습한 날씨에
아파온다.
아픔을 주려 한다.
날마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런 날 이런 날.
어떤 날이어도
손가락 하나가 아플 때 마다
비슷하게 아픈 것들이 다같이 함께 아프다고 내게 말한다.
내가 기억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 기억까지도 더불어서.
내게 그렇게 원망한다.
아프고 잘 움직이지 않아서
고통스럽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다.
아니다
핑계일 것이다.
그것과는 상관없이 아픈 것일 것이다.
다만
미안하게도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 때 그냥 그러다가 죽어 버렸으면.
후회같은 것도 하지 않아도 되었겠지만
어쩔 수 없이.
손가락 하나 쯤 주고라도.
그렇게 나와함께 죽어버렸었도 좋을 것들은
그 때 나와 함께 죽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아주
좋았을 것이다.
더할나위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