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ying child reed field

그 곳에 서면.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아이 우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아무리 둘러봐도 우는 아이는 없다.
그저 여기저기서 소리만 마냥 들려올 뿐이다.
갈대들이 바람에 못이겨 이리저리 춤추고 있을 뿐이다.
– 환청인 것이다 –

가끔은 울음 소리가 멈추고
나를 부르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기도 한다.
그래서
둘러보고 살펴보고 찾아보아도
나를 찾는 이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막연히 부르는 소리가 방향과 거리에 정해짐없이
계속해서 사방에서 들려올 뿐이다.
– 환청인 것이다 –

혼신을 다해서 찾을 까닭은 없다.
그것이 진짜인지 환영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사실 그를 찾는 것은 관심조차도 없다.
실체가 아닌 것이다.
– 환청일 것이다 –

바람이 심하게 부는 저녁 무렵에는
아니면 그리 심하게 불지 않더라도
그 골짜기 끝 작은 그 언덕에
늘 뭔가 나와 얘기하고 싶어 하는 것이
그곳에 있는 것 같다.
와서
머물러 주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 착각일 것이다 –

떠나는 것이 몹시 망설여 질 만큼
애절하게 부르기 때문에
미련하게 자꾸 돌아 보게 되지만
결국은 매 번 떠나오게 된다.
– 착각이기 때문이다 –

억지로 떠나올때면 지치고 피곤한 것은
그 아이가 내 발목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기 때문은 아니다.
다만
두고 오는 것이 죄를 짓는 것 처럼 느껴질 만큼
애처롭고 서럽게 울면서
나를 부르기 때문에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던 것이다.
– 느낌일 것이다 –

나는
원래 그 또는 그들을 다시 찾으려고 한 것도 아니고
원래 나를 부르는 그 또는 그들을 만나려고 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그곳에 가끔은 가 주어야 할 것 같은
그런 느낌에
닿는 대로 가는 것일 뿐이다.
– 기분 탓일 것이다 –

왜냐고 묻기 보다는
습관처럼 그래 온것이라고 나는 말한다.

혹시
나는
그들이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일까.
– 여전히 착각과 환영일 것이다 –

아이에게 말해주고 싶다.
스스로에게라도
위로 따위 받는 것은.
그런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더라고.

그래서
설령 그 곳에서 네가 울다 죽더라도
나는 너를 매 번 남겨 놓고 오는 것이라.
너는 나일 수 있겠지만
꼭 나처럼 될 필요는 없으니까.

그래도
네가 어찌 지내는지 궁금해서
가끔 다시 찾아갈 뿐이지만.
결국 너는 변하지 않고 여전히 같았으며.
나를 매 번 불러대지만.

그래.
솔직히.
나도 너를 알고
너도 나를 아는 것이지만
우리는 결국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닌것과 같고.
그저 남처럼.
나의 일이 아닌 것처럼.
그렇게 비켜가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나를 좋아하지 않겠지만.
나도 너를 결코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너는 환영따위는 아니겠지만
나는 너에게 환영이기를.

Author: deja-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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