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꼬깃꼬깃한 종이돈 한 장을
나에게 쥐어주며
작은 측은지심으로
엄청난 배려라도 해준 것 마냥.
볼품없이 무미한 것들을
입안에 쑤셔 넣어주며
굶어죽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라고 하며
다그쳤다.
나는 나에게 해준 것이 많지 않다.
제법 이기적이었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내가 누군가에 해준것만큼
스스로에게 해준 것은.
고작 그런 것 뿐이며
큰 인심이라도 쓰는 듯
스스로에게 많이 달지 않은 과자부스러기를 건내주면서도.
큰 잘못이라도 한 듯
그것을 스스로에게 건네받고는
먹어도 되는지 고민하며
안절부절했다.
언제나
나를 가장 학대하고
미워하고
싫어하는 것은
“나”였다.
나는 내가 그리 좋지 않았다.
싫었다.
잘해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주눅이 든 나는
늘 주변에서 가장 무섭게 대하는 나 스스로에게
뭔가를 사달라고 말하지 못했다.
나는 나 스스로에게
뭔가 갖고 싶은 것이 있어!
뭔가 먹고 싶은 것이 있어!
그 말을 못하고.
눈치만 본다.
나는 지하철역의 엎드려 구걸하는 걸인들에게 결코 돈을 주지 않는다.
그들이 입은 옷과 신발이
내가 죽도록 궁핍하고 굶어죽기 직전의 때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심한 불쾌감들때문에.
스스로에게 잘해주지 못한 많은 미안한 마음에.
이제까지 가지지 못했던 물건들을 사주기 시작했다.
가장 값비싼 것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초라하지 않은 것들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긴 힘든 시간동안
내 스스로에게 원망하지 않고
묵묵히 숨죽여 왔던
가난하고 궁핍했던 나에게
나는 너무 슬픈 측은지심을 지울 수가 없다.
영원히 살 것도 아닌데.
왜 그랬을까 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