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앞에 제각은 작은 개울을 하나 끼고 있었는데
시누대로 된 작은 담과 그 옆으로 흐르는 개울물이 소리가 제법 운치가 있었다.
너무 좋아보여 집주인이 궁금했는데 집주인은 특별히 없었다.
특이하게 담이없었고 해우소도 없었다.
아궁이가 없어 불을 때서 바닥을 따뜻하게 할 수도 없었다.
사실 바닥은 공허하게 텅빈 형태로 기어 들어갈 수 있을 만큼 공간이 넓었다.
뒷쪽은 산으로 올라가는 가파르지 않은 구릉이었고 곳곳에 묘지가 있다.
방은 많았지만 누워서 잠을 잘 수 있을 만한 방은 없었다.
바닥이 모두 오래된 고목으로 된 마루였기 때문이다.
제각이 무슨 뜻인지 몰랐기에 이 집의 용도가 자못 궁금했지만
굳이 물어보지 못했다.
그 밖의 어릴적의 기억으로는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이
늘 깨끗하게 유지되고 관리되어야 하는 것이 이상했었을 뿐이다.
특이한 것은 이 방의 문들은 미닫이나 흔한 여닫이가 아니라
위로 열어 문을 걸어두는 형태여서 완전히 완전히 개폐가 가능했다.
벽과 천장에는 온통 무슨뜻이지 모를 기이한 문양과 한자로 된 글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고 기이함과 약간의 공포감을 불러 일으키는 곳이었다.
용도가 불분명했고 운치와 시원하고 쾌적함이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을 만큼 빼어난 곳이었다.
그래서 여름철에 가끔 몰래 낮잠을 자기에 정말 좋은 곳이지만
사실 아무것도 할 수 없게 금지된 곳이기 때문에
할아버지의 눈을 피해 그런짓을 해야 하는데
늘 자주 들러보시기 때문에 실항은 그러기는 쉽지 않은 곳이었다.
집주인은 형식적으로는 할아버지였고 사실상 제각의 주인은 우리 가문이었다.
구릉쪽의 묘지는 조상님들의 묘지이다.
제각은 함부로 드나들면 안되는 곳이다.
비록 내가 그들의 자손이라고 해도.
제각이긴 하지만 제사를 지내는 것을 본 적은 없다.
그즈음에는 그저 조상님들이 놀러와서 쉬는 곳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내가 다른 제각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제각이 모두 이처럼 기묘하다고 생각했었다.
작은 집에서 풍기는 기운이 위압감이 상당했었므로.
나중에 안 것이지만 사실 이 제각이 이상했던 이유는
이 제각이 원래 서당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빼어난 운치와 쾌적함, 마루로 된 방들, 벽에 적힌 글들.
아궁이가 없었던 것, 여름에 너무 시원했던것들.
겨울에도 너무 춥지 않았던 것.
이 모든 것이 원래 서당으로 만들어진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특별히 이곳을 자주 기억하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너무 이상적인 집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운치라는 것은.
그런것이라고 생각한다.